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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최고관리자 /  DATE: 25-05-11 12:00 /  HIT: 3회

오마이뉴스 | 틀어진 공간에 작품 2점뿐, 그래도 놓치면 후회할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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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싱그러운 첫날, 우리 부부는 내리는 빗속을 헤치고 서울 용산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에 가본 기억이 언제인지도 가물거린다는 남편의 말에 나도 떠올려 보니 생각나는 게 거의 없었다. 마침 노동절이기도 하니, 바로 행동에 옮겨 박물관을 찾아간 것이다.

사실 박물관은 설명 속 전문 용어가 쉽게 이해되지 않고 일상과 단절된 느낌이어서 내게는 '지루하다,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주 찾지 않게 돼 마지막으로 갔던 게 언제인지 기억도 까마득했다.

그러나 남편과 오랜만에 찾아간 박물관은 거의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멀찍이서 구경만 하던 이전과는 달리 직접 관객들이 만질 수 있는 복제품들이 널려있었고, 사용자가 입력하면 바로 출력되는 디지털 체험 공간도 다양했다.

그래서인지 젊은 연인들 모습이 제법 눈에 띄었고, 2030으로 보이는 나 홀로 방문객도 간혹 보였다. 다들 전시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2층에 들어서자 충격 받았다, 왜냐면

우리는 전체를 훑어볼 요량으로 관심 분야를 정하지 않았다. 선사~근세관까지 시대별 역사 중심인 1층부터 시작할까 하다 조각공예관과 세계문화관이 실생활과 밀착됐을 것 같아 3층부터 내려오면서 거꾸로 관람하기로 정했다. 2층에선 기증관과 사유의 방, 서화관을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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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마다 휴식 공간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 쉬엄쉬엄 산책하듯 다니기 편했다.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 <청자 귀룡무늬 주자>, <청자 상감 구름·학무늬 베개> 등 청자의 아름다움에 빠져 3층을 관람하고 나서 드디어 2층, '사유의 방'에 들어섰을 때다.

헉, 3층 공예관이 잊힐 만큼 강렬한 전시관 모습에 깜짝 놀랐다. 전시의 개념을 깨는 새로운 시도 때문이었다. 여백을 극대화한 독립적인 전시실은, 마치 유물보다 사람을 위한 공간 같아서 관람객이 숨 돌릴 틈과 여유를 갖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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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방' 진입로는 어둡고 긴 복도로 이어진다. 복도 끝에선 장-줄리앙 푸스(프랑스 비디오 아티스트)의 흑백 영상이 물결의 순환 과정을 끝없이 펼치며 관람객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마음도 몸도 차분해지는 시간이다. 터널 같은 어둠에 익숙해질 때쯤, 비로소 복도 끝 '사유의 방'에 들어설 수 있다. 적은 양의 흰 물감을 뿌린 듯한 밝기가 눈에 편하게 스며든다.

전시실 전체를 둘러싼 적벽엔 어떤 설명도 없다. 관람객 스스로 느끼고 해석하게 하려는 의도란다. 소극장만한 방엔 오직 두 점의 반가사유상만 관람객을 향해 미소 짓고 있다. '적을수록 깊다'는 의미가 온전히 전해진다. 절제된 공간에서 나는 숨을 깊게 마시며 사유상을 향해 걸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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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점의 조각상을 비추는 섬세한 빛이 나에게도 서서히 닿는 듯하다. 유리관도 없이 손에 닿을 듯한 거리에서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오른쪽 다리를 왼쪽 무릎에 가볍게 얹은 '반가(半跏)'를 하고서 골똘히 '사유(思惟)'하는 모습이 유려하고 세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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